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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수와 옥편 : 제1절-부수(部首)의 유래(由來)

▽ 한자(漢字)	1. 발생과 기원	2. 부수/옥편이야기	3. 한자의 생성방식	4. 획순과 서체

▽ 한문(漢文)	5. 한문해석기초	6. 한시와 한문장	7. 경서와 사서 소개	8. 복서와 역서이야기	9. 지리서와 박물지
▽ 한문(漢文)	10. 개인문집 이야기

2. 부수와 옥편

△한자(한문)기초

제 2절 부수(部首)의 분류(分類)

(1) 부수란 무엇인가?

우리가 한자사전, 즉 옥편(玉編)에서 모르는 한자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 글자의 부수자(部首字)를 찾고 그 부수자를 제외한 글자의 나머지 획수를 센 뒤 그 획수에 배열된 한자들을 차례로 살펴가며 원하는 글자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즉, 영어단어가 영어사전에 알파벳 순서로 배치되어 있는 것처럼 한자는 옥편에 부수자(部首字)와 부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글자의 획수 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단어는 그 단어를 구성하는 첫 번째 알파벳 글자(예를 들어 Boy는 B)를 기준으로 알파벳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어 나머지 알파벳을 따라 순차적으로 찾아가면 간단히 찾을 수 있는데 반하여 한자는 먼저 그 글자의 부수자(部首字)가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찾고자 하는 한자를 구성하고 있는 글자들 중 부수자(部首字)가 하나만 있으면 간단하지만 만약 부수자(部首字)가 한 자가 아닌 여러 자가 있다면 도대체 어떤 것이 그 글자의 부수자(部首字)인지 알 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예로 밝을 명(明)자는 日자와 月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자가 모두 부수자(部首字)라 明자의 부수가 日자인지 月자인지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있게 되는 것이다. 밝을 명(明)자의 부수자(部首字)는 日자이다. 즉, 日자의 항목에서 明자를 찾아야 明자가 나오지 月자 항목란을 아무리 뒤져도 明자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明자는 그나마 두 가지의 부수자만 있는 글자이나 窟자나 魏자와 같이 한 글자에 여러 개의 부수자가 있거나 그 중 어느 것이 부수자인지 명확히 잘 들어 나지 않는 글자일 경우 부수자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왜냐면 부수자일 것으로 생각한 글자의 부수란에서 그 글자를 찾지 못하면 다른 부수글자가 있는 부수를 다 찾아야 하고 또 부수자가 다르면 부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글자의 획수도 다 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글자를 찾는데 그 만큼의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 明자의 예에서처럼 누가 이 明자에 나오는 두 부수자 중 日자를 明자의 부수자(部首字)로 정하고 日자의 항목란에 배치하였을까? 그리고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부수자를 선정하는 데 어떠한 원칙과 원리가 있지 않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한자를 찾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봄직한 의문일 것이다.

(2) 문자생활의 혼란

흔히 중국에는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고 한다. 즉, 중국사람이 죽을 때 까지 못 해보는 일들이 있는데 평생 먹어도 중국음식을 모두 다 맛보지 못하는 것이 그 하나요, 평생 돌아다녀도 중국 땅을 다 밟아보지 못하는 것이 또 그 하나요, 평생 써도 한문을 다 써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 그 하나라고 한다. 즉 그 만큼이나 한자는 수가 많고 지금도 새로운 글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한자가 뜻글자인 까닭에서 연유하는 일이다. 원래 한자는 한 글자에 하나의 뜻과 소리와 형태를 갖는 글자였기에 하나의 뜻, 하나의 의미가 생길 때 마다 새로운 하나의 글자가 필요하였고 따라서 원칙적으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 물건, 의식, 생각, 개념 만큼이나 많은 수의 한자가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빈도가 극히 드문 사항을 표현하기 위해 한자를 무한히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 한자를 만들어 낸다고 한들 사회구성원 모두가 그 한자를 다 알고 동일한 의미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한자의 특성으로 하나의 글자에 하나의 뜻을 가졌던 한자에 또 다른 뜻이 하나 둘 첨가되며 그 의미가 확대, 전용되었고 이러한 의미를 소리로서 구별하기 위해 동일한 한자의 발음을 달리하면서 한자는 점차 한 글자가 여러 다른 뜻을 갖고 또 발음되는 소리도 여러 가지를 갖는 복잡한 글자로 변모해 가게 된다. 여기에 한자를 사용하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글 모양까지 변형되면서 하나의 글자가 각기 다른 소리와 형태와 의미를 지닌 완전히 다른 글자로 표시되는 일이 빈번해지게 된다. 곧, 내가 A라는 의미로 쓴 글자를 다른 사람이 B라는 의미로 알아먹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3) 한자사전의 편찬

문자의 사용에 있어 이러한 불일치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에 큰 장애를 가져왔고 이는 곧 국가경영과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쳐 크나 큰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바로잡아 그 의미를 명확히 밝히고 그 형태와 소리 또한 하나로 통일 시킬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쓰고 있는 한자들을 모아 그 의미와 기원을 뚜렷이 밝히고 오도된 소리와 형태를 바로잡기 위한 기준서의 편찬, 즉 한자사전을 만들어 보급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게 된다.

수 많은 한자를 모아 사전으로 편찬하는 과정에서 맞닦뜨린 가장 큰 어려움은 누구나 찾기 쉽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그 많은 한자들을 어떠한 기준과 원칙으로 배열하고 분류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 여러 방법들이 적용되었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장 쉽고 또 효율적으로 한자를 찾는 방법을 발견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부수자를 이용해 한자를 찾는 것이었다. 이후 부수자를 이용해 한자를 찾는 방식은 전형적인 한자사전 편찬방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게 부수자로 한자를 배열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고안한 이가 바로 허신(許愼)이다. 그리고 부수자를 사용해 만들어진 최초의 한자사전이 바로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다.

후한(後漢)때의 경학자(經學者)이자 문장가였던 허신(許愼)은 고문학파(古文學派)에 속한 학자였다. 허신(許愼)이 살던 시기 이전의 한나라, 즉 전한(前漢)시대 유학의 주류를 이루던 학자들을 가리켜 금문학파(今文學派)라 한다. 고문학파(古文學派)와 금문학파(今文學派)는 모두 공자와 맹자 등 유학의 태두들을 숭앙하면서 그들이 남긴 사서오경 등의 경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던 학자들이다. 이 둘의 차이는 배우고 연구하던 경서(經書), 즉 유가의 서책이 예서(隸書)나 소전(小篆)으로 씌여진 것이었냐 아니면 대전(大篆)과 같은 선진시대(先秦時代)의 문자로 기록된 것이었냐하는 것이다. 언뜻 양자간 별 차이가 없어 보이나 이 둘간의 차이는 경서의 해석과 풀이에 있어 큰 격차를 낳게 되었고 이는 진본과 위서와의 논쟁, 나아가 양대 세력간 권력투쟁의 차원으로 까지 확대되게 된다.

(4) 진시황(秦始皇)의 영향

우리가 알다시피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정복한 영토 내 모든 나라의 백성들을 진나라의 백성으로 만들고자 지역과 나라마다 다른 역사관과 풍습, 지역색 등을 지우거나 약화시키고 문자와 도량형, 세제(稅制)와 같은 문물제도를 통일하는 한편 법치를 중심으로 문화생활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일체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위한 한 방편으로 붕서갱유(焚書坑儒)를 단행, 진사(秦史)외 모든 사서(史書)를 불태워 우리 동철족의 역사를 말살, 왜곡하려 하였고 강력한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이를 비판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다른 학문과 사상을 철저히 배척하였으며 지방마다 다른 문자의 통일을 위해 당시의 복잡한 한자체인 대전(大篆)을 간략화한 소전(小篆)을 정립, 보급하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학문에 있어선 법가와 실용학문등을 제외한 다른 학문의 세가 크게 약화되었고 인치(仁治)를 주장하던 공맹(孔孟)의 유학(儒學) 또한 처지가 이와 다르지 않았다. 승상 이사(李斯)의 건의로 의(醫)·농(農)·점(占)서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서책의 소지가 금지되자 유학자들은 공맹(孔孟)의 사상을 담은 유교경전들이 적힌 죽간(竹簡)이나 목간(木簡)을 땅속에 묻거나 집 벽속에 숨겨 보전하게 된다. 또 소전(小篆)의 전파로 문자의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자 문자생활에 있어 소전(小篆)이 이전의 대전(大篆)을 대체하게 되었고 시간이 감에 따라 소전(小篆) 또한 사용의 편의를 위해 행정관서를 중심으로 이를 간략화한 서체인 예서(隸書)로 변화하게 된다. 이후 한(漢)나라에 들어와 동중서(董仲舒)의 건의로 유학(儒學)이 널리 권장되자 비로서 유학자들이 당시의 기록으로 공맹(孔孟)의 사상을 담은 유교경전들을 편찬, 보급하게 되었고 이후 유교경전들을 연구하던 경학이 빛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시절, 즉 한나라 때 사용된 문자는 진나라 시황제 때 만들어 보급했던 소전(小篆)을 뿌리로 한 예서(隸書)로 씌여졌고 따라서 유학(儒學)이 주류학문으로 자리잡은 전한 말에 통용되던 경학의 서책들은 모두 진나라 분서갱유 이후 만들어진 예서(隸書) 또는 간간히 소전으로 된 서책을 원서로 한 것들이었다.

(5) 공벽(孔壁) 문헌의 발견

하지만 전한말(前漢末) 공자(孔子)의 후손이 살던 집 벽(이를 가리켜 공벽(孔壁)이라 한다.)에서 분서갱유를 피해 숨겨 놓았던 유교경전이 기록된 죽간(竹簡)과 목간(木簡)들이 발견되게 된다. 이 죽간(竹簡)과 목간(木簡)들은 분서갱유 이전 시기, 소전(小篆)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기에 사용하던 문자인 선진시대(先秦時代)의 문자, 즉 대전(大篆)으로 기록된 문헌들이라 당시 학계에서 사용하고 있던 유교경서들 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었고 또 내용에 있어선 당시 경전들의 내용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예서(隸書)로 씌여진 당시(前漢時代) 유교경전의 원전으로 인식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큰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왜냐면 원전이라 생각되는 공벽(孔壁)에서 발견된 문헌과 당시 사용하던 문헌을 비교해 보니 기록된 문구가 서로 다르거나 그 내용에 차이가 있는 부분들이 확인되었고 선대(先代)의 사상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당시 학자들의 해석 및 견해와 상충되는 경전의 해석과 주장들이 담긴 공벽(孔壁) 문헌들이 나타나 당시에 정설로 인정되던 학설과 학자들의 주장들에 대한 권위와 신빙성이 의심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공벽(孔壁) 문헌들을 원전으로 보고 있으며 이 문헌들을 토대로 경서들의 위작여부들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공벽의 문헌들은 발견된 전한의 시기에 별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이유인즉 이 문헌들이 모두 당시의 글자인 예서(隸書)로 씌여진 것이 아니라 당시엔 사용하지 않는 문자였던 선진시대(先秦時代)의 옛 문자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공벽에서 발견된 문헌들의 제작연대가 당시 경전들 보다 훨씬 더 앞 서고 그 내용 또한 당시의 것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어 당연히 원본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어도 그 문헌들에 기록된 글자를 알기는 커녕 몇몇자를 빼 놓고는 읽을 수 조차 없었기에 이를 당시의 경전과 비교하여 철저히 고증하여 그 진위를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벽의 문헌들이 대단한 보물들임에 틀림없으리란 심증과 생각들을 하고는 있었으나 당시의 학자들과 학계에선 이를 별반 활용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 채 학문의 주류는 여전히 당시의 문자였던 예서(隸書)로 씌여진 경서로 공부하고 그 경서를 해석한 이론과 주장들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6) 고문학(古文學)의 탄생

하지만 학자들 중 일 부류는 공벽의 문헌들이 진정 가치있는 귀중한 선대의 유산으로 유교경전의 원전임을 의심치 않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에 정진한 이들이 있었다. 학계의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들 소수의 학자들을 가리켜 당시 학계의 주류를 이루던 대다수의 유학자들이 고문파(古文派)라 불렀다. 그들은 공벽의 문헌들이 옛 글자로 씌여진 오래된 문헌이라 하여 고문(古文)이라 칭하고 이 고문(古文)을 연구한다 하여 이들을 고문파(古文派)라 지칭한 것이다. 반대로 고문파(古文派) 학자들은 예서(隸書)로 씌여진 당시의 경전을 현재, 지금 공식경전으로 인정되고 있는 문헌들일 뿐이라는 의미로 금문(今文)이라 부르고 이러한 금문(今文)만을 연구하고 중히 여기는 당시의 주류학자들을 가리켜 금문학파(今文學派)라 하였다. 즉, 지금은 예서(隸書)로 씌여진 당시의 금문경전(今文經典)만이 가치있는 경전으로 받들어지고 있으나 앞으로 자신들의 연구을 통해 고문(古文)이 금문(今文)의 원본이자 진본임이 밝혀지면 그 지위는 바로 바뀔 것이며 금문(今文)은 지금 한시적으로 고문(古文)을 대신해 그 권위를 누리고 있을 뿐이라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전한말(前漢末)까지 경서는 예서(隸書)로 씌여진 금문(今文)만이 공식경전으로 인정되었고 학계 또한 금문학파(今文學派)가 주도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전한말(前漢末) 애제(哀帝) 때의 학자로 고문학의 대가였던 유수(劉秀=유흠(劉歆))의 노력으로 비로서 바뀌게 되는데 그의 노력 이후 고문학(古文學)은 금문학(今文學)과의 논쟁과 고증을 거치며 후한(後漢)시대에 유학(儒學)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훈고학(訓고學)의 붐을 일으킨 뒤 학문의 본류로 자리 매김 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고문학(古文學)의 부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고문학(古文學)의 연구에 있어 가장 큰 난점은 고문(古文)을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문(古文)이 당시 글자의 모습과 크게 다른 옛 글자라 이를 읽고 해석할 수가 없었다는데 있었다.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당시의 경서에 쓰인 글자였던 예서(隸書)와 고문(古文)의 동일한 경서에 쓰인 대전(大篆)의 글자를 비교·분석하여 고문(古文)의 글자 하나 하나를 연구해 다시 이를 당시 사용하던 예서체(隸書體)의 글자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하며 고문(古文)에 쓰인 글자의 기원과 뜻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고문연구는 이후 훈고학(訓고學)의 학풍을 일궈냈으며 이 과정에서 한자의 기원과 유래, 형태의 변형과정 등이 밝혀지고, 육서법(六書法)의 개념이 형성되어 한자 구성의 원리와 체계 등을 밝히는 문자학(文字學)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으며 한문의 문법구조 및 해석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행해지고 그러한 연구와 성과들의 결과물을 모은 사전과 음운서 및 원전경서와 그 해설서들이 새로이 편찬·출간되면서 한대(漢代) 학문의 발전을 촉발하게 된다.

(7)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

앞에서 말한 허신(許愼) 또한 고문학(古文學)에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하면서 고문(古文)이 진정한 유교경전의 원전임을 확신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고문(古文)에 쓰인 글자의 의미와 기원을 밝히는데 평생을 전력한 학자였다. 즉, 고문학자(古文學者)였던 허신은 고문(古文)의 뜻과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해석하기 위해 먼저 고문(古文)에 쓰인 글자들을 읽고 그 뜻을 알아야만 했으나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미천하고 글자의 기원과 의미 및 변천과정을 알려줄 만한 마땅한 서책이 없어 연구에 어려움이 있자 자신이 연구한 결과물과 당시 고문학자(古文學者)들이 밝혀 놓은 연구성과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고문(古文) 한자사전, 즉 고문사전(古文辭典)을 만들게 된다. 고문(古文)을 해석하고 원래 경전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문장해석의 기초도구 격인 사전, 즉 고문옥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설문해자(說文解字)다.

허신(許愼)은 고문(古文)에 쓰인 글자들과 비석, 종정이기 등 진나라 이전 시대의 유물등에 남아있는 옛 글자들을 당시에 사용하던 예서(隸書)의 원래 글자들로 보고 이를 당시에 쓰던 글자들과 연결시켜 해당 한자가 만들어진 기원과 형태 및 의미의 변천과정을 유추, 확인하는 방식으로 1만여자에 이르는 당시의 글자들의 기원을 밝히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자가 크게 상형, 지사, 형성, 회의, 전주, 가차 등 육서(六書)의 형태로 기원하였음을 확인하고 한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성자의 구성원리에 주목하게 된다. 허신은 한자를 하나 하나 뜯어보면 서로 다른 낱 낱의 한자들이 모여 하나의 한자를 구성하고 있고 따라서 한자를 구성하고 있는 이 낱 낱의 한자들을 한자의 기본 구성원소로 삼아 동일한 구성원소, 즉 동일한 낱 낱의 한자를 품고 있는 한자들끼리 모아 배열하면 한자들을 간단히 분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형성자가 소리를 갖는 낱개의 다른 한자와 뜻을 갖는 낱개의 다른 한자가 결합되어 만들어졌고 형성자의 뜻을 갖는 한자를 포함하고 있는 글자들은 소리는 다를 지라도 대부분이 동일한 뜻을 갖는 글자군(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글자를 한자의 기본 구성원소로 삼아 한자를 분류한다면 한자의 분류와 배치에 있어 일관성과 규칙성이 생길 것으로 보았다. 즉 부수자를 기본구성원소로 삼아 한자를 분류하면 체계적인 분류체계를 갖는 한자사전을 구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한자가 기본적으로 상형문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즉, 사물의 모양을 본따 글자를 만들 때 비슷한 부류의 글자들은 유사한 형태를 띄거나 글자안에 서로 공통되는 일정한 모습을 표현한 부분들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공통되는 형태나 모습을 나타내는 부분들을 추출하거나 이를 고리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관계된 글자를 보면 人(사람 인)자의 유형이 포함되어 있고 이렇게 공통적으로 포함된 人자의 유형을 기준으로 글자들을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즉, 信, 休, 住, 仁 등의 글자는 사람과 관계된 글자들이고 따라서 글자 안에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人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모두 人자를 기준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8) 허신(許愼)의 한자분류 방법

허신은 사전에 배치하고자 하는 하나의 한자를 모(母)글자로 하고 그 모(母)글자를 구성하고 있는 낱 낱의 다른 작은 한자들을 자(子)글자로 하여 자(子)글자중 모(母)글자의 주된 의미와 상통된 뜻을 갖는 자(子)글자를 추출한 뒤 그 모(母)글자를 그렇게 추출된 자(子)글자 항목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자(子)글자 군(群)에 모인 글자들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개념에 따라 순서대로 배열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당시 사용되고 있던 1만여자의 한자를 쭉 배치해 보니 모두 540가지의 서로 다른 뜻을 갖는 자(子)글자 군(群) 속에 모든 한자를 일관성 있는 원칙과 순서로 차례 차례 다 배치할 수 있었다. 이는 540개의 서로 다른 자(子)글자들이 각 각 한자의 기본 구성원소가 되고 이러한 540개의 자(子)글자들을 조합하면 모든 한자를 다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540개의 자(子)글자들이 그 자(子)글자 군(群)을 대표하는 대표표식이 되고 이들 대표표식을 기준으로 한자들을 모아 배치하면 아주 간편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한자를 분류하는 분류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 540개의 자(子)글자, 곧 자(子)글자 군(群)을 대표하는 대표표식이 부수자(部首字)다.

허신은 1만여자의 한자를 분류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 대표 자(子)글자가 나올 때 마다 얇은 책 1부(部)를 만들어 그 속에 그 글자를 적어 넣었다. 예로 花(꽃 화)자를 배치하기 위해 花자를 구성하고 있는 낱 낱의 글자중 그 의미인 '꽃'이라는 뜻과 관계된 자(子)글자인 艸(풀 초)자를 花(꽃 화)의 대표 자(子)글자로 삼고 얇은 책 한 부(部) 가져와 앞 머리에 艸(풀 초)라는 제목을 쓴 뒤 花자를 그 책 속에 적어 넣었다. 또 明(밝을 명)자는 '밝다'는 뜻과 관계된 日자를 대표 자(子)글자로 삼고 다시 책을 한 부 (部)를 가져와 앞 머리에 日(날/ 해 일)이라는 제목을 쓰고 다시 明자를 그 책 속에 적어 넣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대표 자(子)글자가 540가지가 나오고 그 때마다 책을 한 부(部)씩 만들다 보니 책 또한 540부(部)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책 속에 배치한 한자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개념에 따라 화·목·금·토·수의 순으로 배치하였다.

(9) 부수자(部首字)의 탄생

허신은 당시에 사용되던 글자중 총 9,353자의 한자를 이렇게 540부(部)의 책 속에 획 순에 따라 순서대로 배치한 다음 그 540부(部)의 책을 한데 모아 한 권(券)의 책으로 다시 엮게 된다. 그 책이 바로 설문해자(說文解字)인 것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540부(部)의 작은 책들로 엮어진 두꺼운 책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설문해자(說文解字)는 540부(部)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를 구성하고 있는 540가지 부(部)들은 각 부(部)의 제일 앞 머리에 놓인 대표 자(子)글자의 이름을 따 불리워 진다. 즉, 위에서 말한 艸(풀 초)라는 제목이 씌여진 부(部)는 '艸(풀 초) 부(部)'라 하고 日(날 일)자를 대표 자(子)글자로 삼고 있는 부(部)는 '日(날 일) 부(部)'라 부른다. 그리고 이들 艸(풀 초)자나 日(날 일)자와 같이 부(部)의 맨 앞머리에 놓이는 대표 자(子)글자는 말 그대로 ' 부수(部首), 곧 부(部)의 맨 앞머리(首)에 놓이는 대표 글자(字)'라 하여 '부수자(部首字)'라 한다. 또, 부(部)의 맨 앞(首)에는 항상 모두 부수자(部首字)가 나오기 때문에 부수자(部首字)를 그냥 간단히 부수(部首)라 부르기도 한다. 부수(部首)란 부(部)의 맨 앞 머리(首)란 뜻이나 모든 부(部)의 첫 장 제일 앞자리엔 자기 자신의 획, 제 글자의 획만 가지고 나머지의 획이 없는 부수자(部首字)가 가장 먼저 적히기 때문이다. 부수자(部首字)는 또 자기 자신의 획, '제 글자의 획만 가지고 나머지의 획이 없어 부(部)의 맨 앞 머리(首)에 놓인다, 또는 놓이는 글자(字)' 라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제부수(部首)' 또는 제부수자(部首字)'라 부르기도 한다. 제부수는 곧 자기 자신을 부수자(部首字)로 하는 글자로 곧 부수자(部首字)를 말한다.

(10) 부수자(部首字) 배열의 한계

허신은 이렇게 한자를 부수자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음양오행의 관점에 따라 나머지 글자들을 순서대로 배치함으로써 모든 한자를 일관성 있게 나열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허신(許愼)이 고안한 이 방식이 무척 효율적이었음이 확인된 이후 여침(呂침)의 [자림(字林)]과 고야왕(顧野王)의 [옥편(玉篇)]과 같은 대표적인 한자사전들이 허신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한자들을 배열하게 됨에 따라 부수자를 통한 한자분류체계는 한자사전편찬의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천 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부수의 가지 수가 달라졌을 지언정 부수자를 이용해 한자를 배치하는 사전구성하는 방식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자사전, 즉 옥편의 부수자 배치형태는 부수자 자체를 허신(許愼)이 임의적으로 지정해 놓은 인위적인 체제라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 즉, 한자를 파자(破字)해 나온 낱낱의 한자중 그 한자의 주된 의미를 갖는 한자를 부수자로 정할 때, 한자의 기원과 유래에 오류가 있을 경우 잘못된 한자를 부수자로 선정하게 되고 이렇게 한번 부수가 정해지면 나중에 그 오류를 알게 되더라도 사전이 갖는 특성상 시중에 널리 알려져 사용되고 있는 까닭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를 고치거나 정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허신은 동녘 동(東)자가 동쪽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에 기인해 이를 日자와 木가 결합된 것으로 보고 木부로 배치해 놓았는데, 다른 사람은 이를 주된의미가 해가 뜨는 동쪽이라는 의미로 木부가 아닌 日부에 배치하는게 더 맞다고 보고 東자를 日부에 배치할 수 도 있고 이 東자의 구성을 田자와 木자가 결합된 것으로, 十자와 日자와 八자, 또는 一자와 日자와 ㅣ자와 八자가 결합한 것으로 보고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하여 木가 아닌 다른 자를 부수자로 선정해 다른 부수란에 배열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실 東자는 허신의 해석처럼 해가 뜨는 동쪽이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해를 뜻하는 日자와 해를 향하는 속성이 있는 木자를 결합해 만든 글자가 아닌 전혀 다른 기원과 어원을 갖는 '주머니'를 본 딴 상형문자에서 단지 그 자형이 변형된 글자였고 따라서 그 어원을 밝혀 이를 정정하고자 東자의 부수를 변경하려 해도 東자가 허신이 정해 배치해 놓은 木부의 글자로 이미 크게 굳어져 버린 상태에서 이를 정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하기에 이를 다른 부수로 바꿀 수 없게 돼 버렸다. 焉(어조사 언)자 또한 이와 동일한 경우다. 원래 焉자는 새의 이름을 의미하는 글자였다. 그래서 그 자형(字形)은 鳥(새 조)자의 형태를 띄고 있다. 따라서 焉자의 부수자는 그 기원과 어원을 반영해 鳥(새 조)자로 하여 鳥(새 조) 부(部)에 배치해야 함이 옳겠지만 焉자는 현재 ,,,.(불 똥 주) 부(部)에 실려있다. ,,,.(불 똥 주)는 火(불 화)자가 변형된 형태로 불과 관련된 글자들이 이 부수(部首)에 포함되어 있다. 焉자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봤을 때 焉자는 불과 전혀 관련이 없고 따라서 火 또는 ,,,. 부(部)에 분류될 이유가 없겠으나 焉자에 나타난 鳥(새 조)자 형태에 ,,,.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것이 ,,,.(불 똥 주)의 모양과 같고, 焉자가 鳥(새 조)의 획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 않아 鳥(새 조) 부로 삼을 경우 焉자의 어느 획수까지를 鳥(새 조)의 획수로 할 것인지가 불분명하기에 보는 관점에 따라 부수자의 획수를 제외한 나머지 획수가 달라져 옥편에서 찾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鳥(새 조)부로 옮기지 못한 채 그대로 ,,,.(불 똥 주) 부에 넣고 쓰다, 이젠 완전히 ,,,.(불 똥 주) 부에 속한 글자로 굳어져 버려 鳥(새 조)부로 옮길 수 없게되어 버렸다. 이와 같이 임의적이고 인위적인 부수체계는 절대적인 원리나 원칙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글자 분류의 편리성과 구별의 용이함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정된 까닭에 사전 편찬자의 수준과 기호, 편찬 당시까지 밝혀진 학문적 성과, 당시에 주된 의미로 쓰던 글자의 뜻과 기원, 용법에 따라 부수자의 선정이 달라지고 따라서 글자의 배치 또한 다르게 결정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새로이 만들어 지는 글자를 어떻게 파자(破字)하고 어느 부수란에 배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 오늘날에도 논란을 일으키는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자분류방식에서 부수를 이용한 편재가 갖는 편리함이 크고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사용된 까닭에 그 분류순서를 새로 고치지 못할 정도로 굳어져 버렸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전에 결정된 부수체계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다만 540개에 이르던 부수자의 수가 점점 줄어들다 청(淸)나라 때 만들어진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 214개로 정리된 이후 오늘날의 사전은 214개의 부수자로 한자들을 배치하고 있고, 또 허신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배치하던 각 부수군에 있는 한자들 또한 부수자를 제외한 획수의 순으로 배열하고 있다.

우리가 한자학습시 부수자를 먼저 공부하고 한자를 익힐 경우 한자의 의미파악에 무척 유익한 점이 많기 때문에 부수자 학습은 한문학습을 위해 아주 유용한 수단이자 다른 어떤 것에 앞서 반드시 먼저 학습해야 하는 필수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부수자체계가 절대원리 또는 원칙에 따라 명확히 정해진 체계가 아닌 인위적인 선정절차를 거쳐 만들어 진 뒤, 사람들의 약속에 의해 지켜져 온 것이고 따라서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로부터 시작된 부수체계를 이용한 한자분류 방식에 한계와 오류가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2. 부수와 옥편 : 제1절-부수(部首)의 유래(由來)

▽ 한자(漢字)	1. 발생과 기원	2. 부수/옥편이야기	3. 한자의 생성방식	4. 획순과 서체

▽ 한문(漢文)	5. 한문해석기초	6. 한시와 한문장	7. 경서와 사서 소개	8. 복서와 역서이야기	9. 지리서와 박물지
▽ 한문(漢文)	10. 개인문집 이야기

2. 부수와 옥편

△한자(한문)기초

제 2절 부수(部首)의 분류(分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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