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유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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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晉書)』 <본전(本傳)> 입지담(立志談)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진(晉)나라 혜제(惠帝, 역대 바보황제로 손꼽히는 진나라 제2대
황제로 이름은 사마충((司馬衷)) 때 양흠지방에 주처(周處)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 주방(周紡)은 태수의 자리에 있었으나 그가 열
살되던 해에 세상을 뜨고 만다. 부친의 가르침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채
자라난 주처는 이후 방탕한 생활을 하며 점점 포악해져 갔는데 힘이
장사라 걸핏하면 시비를 건 뒤, 남을 두들겨 패는 통에 남산의 호랑이,
장교(長橋)의 교룡(蛟龍)과 더불어 삼해(三害)로 불릴 정도로 악명을
떨치게 된다. 하지만 점점 자라 철이 들게 되면서 주처는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지난 허물을 고쳐 새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주처가 자신의 의지를 마을사람들에게 알려도 이를 곧이들으려 하는
이가 전무하였다. 이에 크게 상심한 주처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 하고 다시 마을사람들게 묻자 마을사람들이 말하길 주처와
더불어 삼해(三害)라 일컬어지는 남산의 호랑이, 장교(長橋)의 교룡(蛟龍)이
사라진다면 그의 말을 믿어주겠노라고 하였다. 사실 그 동안 주처의
행패와 만행에 시달렸던 마을 사람들은 주처를 결코 신뢰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고 설령 마음을 고쳐 먹었다 손 치더라도 언제 다시 옛날의
못된 본성으로 되돌아가 다시금 자신들을 못살게 굴지 몰라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마음이 약간이라도 변했을 때 힘이 장사인
그가 자신이 한 말도 있고 해서 혹시나 남산의 호랑이, 장교(長橋)의
교룡(蛟龍)을 없애려 갈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분명 누가 죽던지 하나는
죽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들은 주처는 그들이 진정 자신을 믿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사라져
버리길 원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주처는 그들의 믿음을 회복하는
길은 목숨을 걸더라도 그 교룡과 맹수를 물리치는 수밖에 없음을 알고
마음을 정한 뒤 그 둘을 죽이려 길을 떠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걸고 벌인 남산의 호랑이와 의 싸움에서 결국 호랑이를 잡아
죽인 주처는 다시 장교(長橋) 아래 물에 뛰어 들어 교룡(蛟龍)과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장교(長橋)의 교룡과 싸우러 간 주처가 사흘 밤낮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이 번엔 주처가 아마도 교룡에게
잡혀 먹힌 것이라 생각하고 삼해중 이해가 사라진 것에 모두 손을 들어
환호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주처는 죽지 않고 살아 았었고 드디어 이
두 맹수 모두를 죽인 주처는 드디어 마을 사람들이 나를 믿고 반가이
맞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크나 큰 기대에 부풀어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반가이 맞아주지 않았고 이에 크게
실망한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저 버리고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풀 시도를 포기한 채 마을사람들의 평안을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된다. 길을 떠나 동오(東吳)에 도착한 주처는 그
곳에서 육기(陸機)와 육운 라는 두 형제 학자를 만나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말을 마친 주처가 "전에 저는 나쁜 짓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뜻을 세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라고 자신의 소회를 얘기하자 육기가 말하길 "자네는
나이가 아직 젊네! 굳은 의지를 지니고 지난날의 과오를 고쳐서 새사람이
된다면(改過遷善) 자네의 앞날은 무한한 것있세"라는 말로 주처를
격려하게 되었고 육기의 말을 들은 주처는 이에 큰 감명과 용기를 얻어
글을 배우기 시작, 이후 10여 년 간 동안 학문에 정진였고 이후 덕을
쌓아가며 이윽고 큰 학자가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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